[인생은비매품] 안정적인 회사 대신 반려동물 전문 스튜디오를 택한 멍집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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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비매품] 회사를 나와 반려동물 스튜디오를 만든 멍집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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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개들의 특별한 순간을 기록합니다 - 염호영 X 김환희

경기도 성남시의 한 조용한 주택가 골목,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끝에 작은 사진관이 있습니다. ‘오디너리독스(Ordinary Dogs)’라는 이름처럼 우리 주변 평범한 개들을 위해 시작한 사진관입니다. 키즈와 웨딩 촬영 현장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염호영 님, 그리고 안정적인 회사를 뒤로하고 반려동물 전문 스튜디오 디자이너로서의 새롭게 삶을 일구는 김환희 님이 함께 만들어가는 장소이지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유기견 로마와의 만남이 있습니다. 가족이 된 로마가 이들의 삶에 작은 파동을 일으켰고, 결국 이곳 오디너리독스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디너리독스는 각각의 고유한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셔터 소리 하나하나에 가족의 의미가 담기고, 오늘을 살아가는 존재들의 특별한 순간이 조용히 기록됩니다.

가족 소개 부탁드립니다.

호영👦 저는 반려동물 전문 스튜디오 오디너리독스를 운영하는 염호영입니다. 우리 가족을 소개하자면 먼저 삶의 든든한 동반자이자 오디너리독스의 대표 디자이너이자 실장인 아내 김환희 님이 있습니다. 영상 촬영과 편집은 물론, 폰트 하나까지 직접 디자인할 만큼 저희 서비스를 모두 책임지고 있죠. 그리고 저희 스튜디오의 부장님이자 강아지 모델로도 활약 중인 시바견 로마가 있습니다. 로 부장님도 여기로 오세요!

로마와의 인연이 궁금합니다. 언제,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호영👦 지인 한 분이 어느 날 갑자기 “펫샵에서 강아지를 사왔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2주쯤 키우고는 “털이 너무 많이 빠져 더는 못 키우겠다”며 집 앞 공원에 풀어줬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강아지가 뒤도 안 돌아보고 돌아섰다며, 자신도 “행복하게 살아라” 하고 보냈다고요.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그곳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곤 강아지를 찾아 먼저 유기견 보호소로 보냈어요. 매일같이 찾아갔죠. “소장님, 이 친구 공고 기간 끝나면 제가 데려갈게요. 사료도 드리고, 간식도 챙겨드릴게요. 봉사도 하겠습니다.” 그랬습니다.

원래 반려견 가족이 있었어요?

호영👦 아니요, 로마가 처음이에요. 사실 저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유난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거든요. 오히려 ‘내 한 몸 챙기기도 벅찬데, 과연 내가 다른 생명을 책임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제가 키우겠다는 결심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단순히 ‘이 아이에게 좋은 가족을 찾아준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환희👩 그런데 인연이라는 게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머리로는 아닌 것 같다가도, 마음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정해져 있더라고요. 그렇게 로마는 저희 가족이 되었습니다.

로마와 함께 살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호영👦 사진가는 집을 자주 비우지 않습니까. 그게 솔직히 가장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답은 의외로 간단하더군요. 같이 다니면 되는 일이더라고요. (웃음) 로마와 함께한 이후로는 하루에 한 번쯤은 꼭 웃게 되는 순간이 생겨요. 별건 아니에요. 산책간다고 신나서 통통 뛰는 모습, 집에 들어오면 배 깔고 드러눕는 모습, 그런 사소한 모습들이 저희 삶을 조금씩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물론, 가장 큰 변화는 오디너리독스를 열었다는 것이겠지만요.

스튜디오를 차리게 된 결정, 로마가 끌어준 걸까요?

호영👦 사연이 있는데, 사실 로마를 한 번 잃어버린 적이 있습니다. 대문이 열린 줄도 모르고 있다가 그사이에 나가버린 거죠. 다행히 용인에 있는 보호소에서 연락이 왔고, 급히 로마를 찾으러 갔어요. 보호소에서 하루 머무르면 비용이 발생하는데, 입금하면서 제가 찍은 사진도 함께 드렸습니다. 늘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데, 그날 마침 보호소 소장님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계시길래 대신 몇 장 찍어드렸던 거예요. 그 사진이 보호소 SNS에 올라간 뒤 해외 연동 보호소에서 몇몇 강아지의 입양 문의가 들어왔고 실제로 갔습니다. 하지만 이외에, 스무 마리 가까운 아이들은 다음 날 안락사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그때 저는 웨딩 사진 일을 하고 있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공들여 만든 웨딩 앨범은 정작 몇 번이나 다시 보게 될까? 그런데 보호소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이, 두 마리의 생명을 살렸잖아.’ 그게 처음으로 ‘사진이라는 일이 생명을 구할 수도 있구나’라고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특별하지 않아도, 세상의 ‘보통의 강아지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고 마음먹었죠. 그게 바로 오디너리독스입니다.

오디너리독스에 재미있는 촬영 기획이 많던데요. 대표작 소개해 주신다면요?

호영👦 저희 스튜디오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히 예쁜 사진을 찍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강아지의 눈, 코, 얼굴 전체를 또렷하게 담기 위해 화각과 거리까지 꼼꼼히 계산해서 촬영하죠.

환희👩 대표적인 기획으로는 사람 증명사진처럼 정면을 또렷하게 담는 ‘증멍사진’, 배경지를 찢고 강아지가 얼굴을 내미는 ‘찢개’, 그리고 강아지 머리에 나뭇가지를 얹은 ‘뉴하트’ 시리즈가 있어요. ‘찢개’는 2차 세계대전 시절 군인들의 사물함에 붙어 있던 핀업 사진에서 착안한 콘셉트이고, ‘뉴하트’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원령공주 속 사슴신에서 영감을 받아 강아지 머리에 나뭇가지와 꽃을 연출한 작업이에요. 사진이라는 매체가 줄 수 있는 감정과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한 기획들이죠.

반려견 사진을 잘 찍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호영👦 촬영하다 보면 확실히 느껴지는 게 있어요. 예를 들어, 사람은 무언가 날아오면 고개부터 움직이잖아요? 그런데 강아지는 먼저 눈동자가 움직이고, 그다음에 고개가 따라가요. 그래서 저희 사진 중에 고개는 정면인데 눈동자만 옆을 향하는 시리즈도 있어요. 일부러 공을 던져서 그 ‘눈동자만 먼저 움직이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거죠. 그런 미세한 타이밍을 알아채고, 딱 눌렀을 때 원하는 표정이 나올 때… 그게 참 뿌듯하고 재미있어요. 결국 관찰이 가장 큰 노하우인 것 같아요.

특별히 아끼는 사진도 있으신가요?

호영👦 인도 바라나시를 여행하던 중에 ‘탓 트밤 아시(Tat tvam asi)’라는 말을 들었어요. ‘너를 통해 나를 본다’는 뜻인데, 실제로 경험했습니다. 사실 로마와 촬영을 처음 시작했을 때 정말 쉽지 않았어요. 간식도 잘 못 받고, 말도 잘 안 들으니까요. 어느 날은 그런 모습에 괜히 짜증이 나서 찌푸린 얼굴로 로마를 바라봤던 적이 있어요. 그날 찍은 사진을 확대해 보는데, 로마의 눈동자에 그런 저의 표정이 그대로 비쳐 있더라고요. 그 순간 ‘아! 이러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감정이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졌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이 사진은 지금도 제가 마음이 조급해질 때마다 떠오릅니다. ‘내가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지?’ 하고 한 번 더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사진이죠.

‘돈이 안 되더라도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사진관을 시작하셨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어떻게 벌고, 또 아껴 쓰고 계신가요?

호영👦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거의 몸으로 버티는 중입니다. (웃음) 그런데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려면 그냥 버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요즘은 제안서를 정말 많이 씁니다. 말하자면 ‘내가 할 수 있는 걸 먼저 제안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어떤 브랜드가 액션캠을 발매했다면 저는 ‘강아지들이 뛰노는 모습을 촬영해서 제품의 장점을 보여주겠다’라는 식으로 제안서를 보내요. 단순히 협찬을 요청하는 게 아니라, 그 제품이 가진 강점을 반려견 콘텐츠와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그림을 함께 그려서요. 농담처럼 ‘구걸한다’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건 저희만의 방식으로 지속가능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해요. 지금 당장은 큰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가고 있는 거죠.

장비가 많아 보이던데, 중고 거래도 즐겨 하는 편이신가요?

환희👩 호영 님의 예전 스타일은 저렴한 물건을 사서 최대한 오래 사용하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달라졌죠. ‘조금 더 좋은 걸, 최대한 합리적인 가격에’ 중고로 구매해서 잘 쓰고 다시 그 가격에 가깝게 되파는 식이에요.

호영👦 예를 들어 카메라 장비 같은 건 1년 정도 사용하고도 초기 구매가에 가깝게 다시 판매할 수 있거든요. 이게 단순히 ‘싸게 사고 비싸게 판다’는 개념이라기보단 가격 흐름을 잘 읽는 연습에 가까워요. 감히 말하자면, 주식 했으면 잘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웃음) 카메라 중고 가격도 등락이 있잖아요. ‘지금 이게 저항선인가?’ 싶을 때 참아내고, 어느 순간 가격이 딱 돌파되면 매도하는 식이에요. 늘 중고 거래를 하다 보니 제가 일상에서 쓰는 물건들을 그렇게 하나의 사이클로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죠.

잘 사고 잘 파는 것도 결국은 ‘내가 뭘 중요하게 보는가?’라는 기준이 있으니까 가능한 거잖아요. 그런 기준, 예를 들면 ‘이건 끝까지 가져가야지’ 싶은 것도 있나요?

호영👦 글쎄요, 사람인지라 당연히 마음이 흔들릴 때가 많습니다. 특히 삶이 불안정하게 느껴질 때 “나도 그냥 돈 되는 일부터 해볼까?”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하죠. 그럴 때마다 저는 스튜디오의 이름을 다시 떠올립니다. 오디너리독스라는 이름에 담긴 마음과 우리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를요. 돈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이 공간이 정말 아이들을 위한 곳인가?’를 자문하게 돼요. 제가 그런 진심으로 강아지를 찍으면 그게 결국 손님들에게도 전달된다고 믿습니다. 흔들릴 수는 있지만, 중심은 잃지 않으려고 해요. 그리고 그 마음이 저희 스튜디오의 가장 큰 자산이 아닐까 싶습니다.

살아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세요?

호영👦 저에게 돈보다 더 우선인 건 제가 사진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 곧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노령견 가족사진 촬영 같은 건 아예 돈을 받지 않아요. 마음으로 하는 일이죠. 치매에 걸리거나, 몸이 불편해져 배변을 가리지 못하는 반려견들을 돌보는 분들을 보면 정말 경이롭습니다. 마치 부모님을 정성껏 간병하는 자녀를 보듯 그 돌봄의 태도 자체에 존경심이 생길 때가 있어요. 만약 제가 백만장자였다면 “정말 감동했습니다. 100만 원 드릴게요”라고 할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그럴 수 없으니, 제가 드릴 수 있는 건 ‘사진작가’로서, 그분들과 반려견의 소중한 시간을 남겨드리려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결국엔 저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일이에요. 그런 촬영을 할 때마다 “아, 내가 아직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확신도 생기고요. 그게 제가 이 일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가장 큰 힘이에요.

인생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뭐라고 생각해요?

호영👦 시간이 아닐까요. 저희가 로마를 아주 어릴 때 데려오지 못했어요. 저희와 함께하게 된 시점엔 벌써 한 살이 넘은 상태였죠. 그런 걸 생각하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건 시간 같아요.

환희👩 강아지들은 인간보다 훨씬 짧은 시간을 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시간은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우리는 잠깐 외출한다고 하지만, 그 시간에 로마는 얼마나 심심했을까, 얼마나 우리를 기다렸을까, 그런 생각을 자주 해요. 그래서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최대한 후회 없이 보내려고 해요.

로마와 함께 살면서 무엇을 배운 것 같아요?

호영👦 정말 배운 게 많은데… 예를 들어, 로마가 똥을 싸러 갈 때 보면요. 정말 진지하게, 온 신경을 집중해서 자리를 찾거든요. 발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요. 진짜예요. 바닥에 땀 발자국이 찍힐 정도로 돌아다니면서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자리를 찾아요. 자세를 잡았다가도 ‘여기는 아니다’ 싶으면 다시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가고요. 그렇게 어렵게 자리를 잡고, 집중해서 딱 한 번의 배변을 해요. 그 모습을 지켜보면, 웃기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뜨거워질 때가 있어요. ‘아, 나도 오늘 하루를 저렇게 진심으로 살아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흔히 당연하다고 여기는 행위 하나에도 그렇게 최선을 다하는 로마를 보면서 저를 돌아봐요. 지금 이 순간에 좀 더 집중하기, 내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기. 로마가 저한테 가르쳐주는 건 결국 그런 태도인 것 같아요.

서로를 만나고 나서 달라진 삶의 태도가 있다면 한 가지씩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호영👦 배려하는 태도를 배워요. 환희 님은 늘 누구를 탓하기보다 ‘이 상황을 어떻게 잘 해결할까’를 먼저 고민해요.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는 참 조급하고 작구나, 더 넓게 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환희👩 저는 작가님의 행동력?! 저는 움직이지 않고 상상을 너무 많이 하거든요. 이거 어려울 것 같은데… 힘들지 않을까…? 그러다가 시작도 못 하고 주저할 때가 많은데, 작가님은 일단 행동부터 해요. 그리고 대부분 결국 해내죠. 그걸 옆에서 보고 있으면 ‘나도 좀 더 부딪혀 봐야겠다’라는 용기가 생겨요.

앞으로 어떤 하루들을 살고 싶으세요?

호영👦 무엇보다 로마와 함께 더 자주 여행하고 싶어요. 이왕이면 비즈니스 출장으로요. (웃음) 작년에도 제품 리뷰 촬영 등과 같은 프로젝트 겸해서 여행을 갔어요.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일과 삶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순간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그리고 조금 더 넓게 보면 강아지 사진뿐만 아니라 사진이나 영상 전반으로 작업의 영역을 확장해 보고 싶다는 바람도 있어요. 오디너리독스라는 틀 안에서든, 바깥에서든요. 저희가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표현이나 능력을 계속 넓혀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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