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비매품] 부동산 투자 대신 함께 사는 삶을 선택한 여덟 가족 이야기](https://static.toss.im/illusts/tossbank-banner-mobile-eggmoneyhouse.png)
골목길을 따라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서울의 한복판, 독특한 구조의 4층짜리 집이 있습니다. 입구에는 ‘공동체주택 새맘뜰’이라고 쓰인 현판이 달려있어요.
새맘뜰엔 나이도, 취향도, 형태도 다른 8가족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혈연관계가 아닌 이들이 함께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은 이가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물어보고 걱정하지만, 새맘뜰 식구들은 ‘따로 또 같이’라는 모토 아래 매일 즐겁게 보내고 있습니다.
새맘뜰은 공동체주택은 또 다른 삶의 방식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집이란 자산 증식의 수단이 아닌 ‘함께 사는 곳’이라는, 가장 기본임에도 우리가 잊고 있었던 가치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늘, 모든 분이 아침 일찍부터 바삐 움직이시네요.
원지영 매해 새맘뜰 입주일이 되면 그를 기념하는 자리를 가져요. 올해는 4주년이 되는 해라서 특별히 몇몇 손님들을 초대했거든요. 그래서 봄맞이 대청소 겸 계단, 현관, 공용공간을 청소하기로 했어요. 오래 안 걸려요. 한 30분 정도?
이 넓은 집을 청소하는데 30분이라니 속전속결이네요. 몇 가구가 살고 있나요?
윤원식 총 8가구가 살고 있어요. 제일 연장자는 70대 중반 노부부이시고, 주축은 대학생 및 직장인 자녀를 둔 50대 부부들이죠. 이제 초등학교 자녀를 둔 부부가 있고 고양이와 함께 사는 비혼 가구, 30대 청년들도 있어요.
새맘뜰 이야기를 듣고 놀랐던 점이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들이 모여서 산다는 거였어요.
임병길 함께 산다고 하면 다들 가족이 아닌데 괜찮은지 물어봐요. 그런데 가족은 가까워서 간혹 선을 지키지 못하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경우가 생기죠. 반면에 남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예의를 지키려고 해요. 서영미 원래 각자 집에도 놀러 가고 캠핑도 다니던 친한 사이였어요. 성향과 가치관도 비슷해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즐거웠죠.
그렇다면 ‘우리 함께 살자!’하고 결심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원지영 통하는 부분이 많고 자주 모여서 노니까 아예 함께 살면 더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공동체 삶을 꿈꾸게 된 것 같아요.
공동체로 사는 방식도 다양한데 당시 생소했던 공동체주택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윤원식 다른 공동체주택에서 여는 세미나에도 참석하는 등 공동체와 공동체주택에 관해 같이 공부하면서 우리에게 맞는 방식을 찾았어요. 처음엔 서울에 마땅한 곳이 없으니까, 외곽의 공동체 마을 형태로 사는 것도 고려했는데 저희가 꿈꾼 건 다양한 연령대가 모여서 교류하며 지내는 거였거든요. 그러다가 우연히 서울시에서 공동체주택 지원 사업 및 관련 조례가 지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에게 적합한 공동체주택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었죠.
서울시 지원 사업은 어떤 내용이었나요?
윤원식 집을 지으려면 부지 구입비, 건축비 등 초기부터 비용이 필요한데 일반적으로 내가 살던 집을 팔기 전까진 그 비용을 마련할 수 없죠. 서울시의 지원 사업은 그런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유익한 방법이었어요. 사업에 선정되면 서울시가 보증인이 되어 금융권에 초기 사업비의 90%까지 대출받을 수 있었죠.
획기적인데요! 대출은 어느 분의 명의로 받으셨나요?
윤원식 공동명의로 협동조합을 세우고, 그 협동조합이 대출을 받는 걸로 했어요. 그래서 입주민 모두가 대출에 책임이 있죠. 다만, 대출금은 각 가구의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달라요.
가구마다 대출금이 다르다는 의미일까요?
윤원식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저흰 다양한 연령대가 모여서 사는 공동체주택을 꿈꿨어요.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청년 세대는 경제적 여유가 없죠. 그래서 대출금을 똑같이 N 분의 일을 하지 않고, 지원이 더 필요한 세대는 대출금을 더 받되 그 비용에 해당하는 이자를 부담하도록 했어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서울에서 땅 찾기가 참 힘들잖아요. 찾기 전, 기준이 있으셨나요?
윤원식 젊은 세대와 함께 살려면 출퇴근이 편한 서울에 있어야 했어요. 그 외 조건으로는 북쪽에 산이 있는 경사지를 우선으로 봤죠. 지인 중에 건축사가 있는데 북쪽에 산이 있으면 일조권이 좋고, 경사지에 집을 지으면 지하 공간을 쉽게 만들 수 있다고 했거든요.
그게 바로 지금 새맘뜰이 세워진 부지군요.
원지영 그래서 저희는 항상 ‘땅을 만나는 건 결혼과 같다’고 말해요. 서울에 싸다는 땅을 다 돌아다니다가 정말 운명적으로 이 부지를 만났거든요. 다른 사람 눈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땅이 있어요. 윤원식 부지 형태가 독특했기 때문에 몇몇 사람은 보고 포기했다고 들었어요. 우리에겐 좋았던 땅이 누군가에겐 사업성이 없는 땅이었던 거죠.
집 짓기에 괜찮았나요?
윤원식 건축가도 땅이 못생겼다고 걱정했지만, 오히려 ‘ㄱ(기역)’ 형태의 부지 때문에 우리에게 맞는 집이 된 것 같아요. 부지 형태를 따라 집을 1, 2호 라인으로 나눴는데, 1호 라인은 남쪽을 향해 있어서 채광을 충분히 받을 수 있어요. 2호 라인은 뒤로 산이 보여서 서울에선 드물게 자연 경치를 즐길 수 있죠.
살펴보니까 집마다 구조가 다르더라고요. 각자 생활 방식에 맞게 설계하신 건가요?
윤원식 각 세대가 건축가와 상의해서 자기 삶과 맞게 구조를 정해서 집마다 구조와 평수가 달라요. 그에 맞춰서 세대마다 비용도 달라요. 고층에 위치하거나 평수가 넓으면 집 가격이 비싸지는 것처럼, 저희도 층수와 평수에 따라 건축비에 차등을 둬서 전체적으로 0이 맞춰지도록 조정했어요. 원지영 같이 모여서 산다는 것 자체가 집 설계와 관련이 깊어요. 같이 산다면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를 정해야 하니까요. 윤원식 새맘뜰에서 가장 넓은 공간이 공유공간이에요. 만약 공유공간을 내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각자가 누리는 공간이 좁다고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저흰 공유공간을 내 공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저렴한 거죠.
함께 사는데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시간이 있다면요?
윤원식 매주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아침, 밥을 함께 먹어요. 이 시간이 공동체 활동이 피어나는 온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맛있는 걸 함께 먹으면서 다음에 뭘 먹을지, 어디 놀러 갈지 이야기하고 자연스럽게 지금 어떤 생각하는 지도 나누고요.
공동 식사 준비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원지영 금요일에 하는 공동 식사는 공용비로 장을 보고, 시간이 되는 사람이 와서 요리하는데 주로 부녀회장인 영미 님이 해요. 대신 다른 사람들은 상을 차리고 치우고 설거지를 하죠. 토요일 아침 식사는 기본 야채만 공용비로 구매하고 각자 집에서 먹던 반찬을 가지고 내려와서 먹어요. 일요일 저녁은 공용 주방에서 밥만 하고 반찬 한 가지씩 가져와서 먹는 등 주로 포틀럭으로 먹어요. 제철 음식 먹는 것도 좋아해서 돈을 모아서 재료를 사고, 함께 요리해서 먹기도 해요.
4년 동안 함께 살기 잘했다고 느낀 순간도 있었을 것 같아요.
윤원식 새맘뜰에 입주하고 1년 뒤, 빠른 은퇴를 했어요. 은퇴 후 많은 시간을 새맘뜰 식구들과 보내면서 훨씬 즐겁게 보낼 수 있었어요. 은퇴를 선택할 수 있었던 중요 요인 중 하나였죠. 원지영 만약 우리 부부 중 한 명이 먼저 세상을 떠나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빈자리를 새맘뜰 식구들이 채워주고 도와줄 테니까요. 서영미 저녁에 함께 운동하고, 차를 마시고… 시간을 함께 보낼 친구들이 있으니까 외로울 틈이 없어요. 행복이 별것 있나요? 이게 행복이죠.
맞아요. 복작거리면서 지내는 게 행복이죠.
임병길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란스러움이 있어야 사람이 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새맘뜰에서 두 아이는 없어서 안 될 존재예요.
아이가 있는 부부에게도 공동체주택은 다른 의미일 것 같아요.
양세라 도움을 많이 받죠. 저와 남편이 퇴근이 늦을 때, 다른 식구들이 아이들의 등·하원을 대신해 주거나, 밥을 챙겨 주시거든요. 게다가 다들 육아 선배님이라 이맘때 찾아오는 어려움을 알아주시고 저희 부부를 따로 챙겨 주시기도 해요. 그런 마음이 감사해서 함께 하자고 제안할 때, 더 기쁜 마음으로 하게 돼요.
몇 시간 지내보니까 아이들이 새맘뜰 식구들을 좋아하고 편안하게 생각하는 게 느껴졌어요.
윤동민 단체 여행을 함께 간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삼촌, 이모들과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어른에 대한 낯가림이 없어졌거든요. 새맘뜰에서의 시간이 아이들 정서에 유익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공동체주택에 살면서 집에 관한 가치도 달라졌을 것 같아요.
임병길 지금 사회에서 집은 누군가의 경제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돼버렸죠. 누가 어느 지역의, 어떤 집에서 사는지를 평가 척도로 여기잖아요. 하지만 그런 기준을 내려놓으면 더 재미있는 삶을 영위할 기회가 많아져요. 원지영 얼마 전,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면서 우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애순이에게 관식이도 있었지만 어려운 일이 생기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동네 사람들도 있었잖아요? 그런 모습에서 우리가 떠올랐어요. 윤원식 집은 사는 것(buying) 하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living)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공동체주택은 매우 좋은 대안이에요.
공동체주택에서 잘 살기 위해서 기억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윤원식 공동체주택이라고 하면 모든 걸 함께해야 한다고 오해하세요. 하지만 세상에 매우 다양한 공동체가 있어요. 저희 같은 경우, 처음부터 따로 할 건 따로 하고 같이할 건 같이하자고 했어요. 그래서 우리 모토는 ‘따로 또 같이’ 즉, 느슨한 공동체를 추구해요. 서영미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이제는 일상을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 초점을 두고 주변 이웃을 살피면서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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